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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크선 식사와 주방, 바다 위 식생활 이야기

by koword 2026. 3. 25.

처음 승선했을 때 배 위에서 밥을 어떻게 먹나 걱정했습니다. 망망대해에서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기 어렵고 황천 항해 중에는 요리 자체가 힘들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걱정보다는 훨씬 잘 갖춰진 환경이었지만 장기 항해 말미에 신선한 채소가 떨어지는 상황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벌크선에서의 식생활을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조리사의 역할

벌크선에는 전담 조리사가 승선합니다. 조리사는 하루 세 끼 선원들의 식사를 준비합니다. 수십 명의 선원을 위한 식사를 매일 준비하는 것이 조리사의 주요 업무입니다. 조리사의 실력이 선내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합니다. 식사가 맛있으면 선원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식사 질이 떨어지면 불만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승선했을 때 경험한 조리사 중 실력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같은 재료로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내는 조리사가 있는 반면 비슷한 재료인데도 아쉬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좋은 조리사가 승선한 선박은 식사 시간이 기다려지는 시간이 됩니다.

 

식단 구성

한국 선원이 많은 벌크선에서는 한식 위주의 식단이 제공됩니다. 밥과 국, 반찬 위주의 식단이 기본입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불고기, 생선 구이 같은 한식 메뉴가 주를 이룹니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는 조리사가 특별 식사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외국 선원이 혼합된 선박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음식이 번갈아 나오기도 합니다. 필리핀 선원이 많은 선박에서는 필리핀 음식이 자주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음식이 나와 당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오히려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는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식재료 보급

식재료는 항구에 기항할 때 대량으로 보급받습니다. 보급 물량은 다음 기항지까지의 항해 기간을 고려해 계산합니다. 신선 식재료와 냉동 식재료, 건식품으로 나뉩니다.

신선 채소와 과일은 항구에서 보급받은 직후에는 풍부하지만 항해가 길어질수록 소진됩니다. 장거리 항해 말미에는 신선 채소가 거의 없어지고 냉동 채소와 통조림으로 대체됩니다. 브라질처럼 장거리 항로에서는 중간에 기항지가 없어 식재료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신선한 채소가 없을 때의 그 아쉬움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습니다.

식재료 보급 비용은 선사에서 지원합니다. 기항지마다 식재료 가격이 달라 예산 관리도 중요합니다. 호주나 유럽 항구에서 보급받는 식재료는 아시아 항구보다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주방 설비

선박 주방은 육지 식당과 유사한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대형 조리대, 오븐, 가스레인지, 냉장고, 냉동고, 식기 세척기가 기본 설비입니다. 선박 주방은 황천 항해 중에도 조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조리대와 가스레인지에 미끄럼 방지 장치가 있어 선박이 흔들려도 조리 도구가 넘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황천 항해 중 조리사가 흔들리는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박이 심하게 기울어지는 상황에서도 끼니를 준비해주는 조리사의 노고가 새삼 느껴졌습니다.

 

식사 시간과 분위기

식사 시간은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에 진행됩니다. 아침은 보통 7시 30분, 점심은 12시, 저녁은 18시가 일반적인 식사 시간입니다. 당직 근무 중인 선원들은 교대로 식사를 합니다.

식당은 선원들이 하루 중 가장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간입니다. 식사 시간이 업무 이야기를 나누고 선내 분위기를 파악하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장기 항해 중 식사 시간의 대화가 선상 생활의 단조로움을 달래주는 역할을 합니다.

황천 항해 중에는 식사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식기가 넘어지지 않도록 잡으면서 먹어야 합니다. 심한 횡요 중에는 식욕이 없어지는 선원들도 생깁니다.

 

특별한 식사 경험

장기 항해 중 생일이나 명절 같은 특별한 날에는 조리사가 특별 메뉴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추석이나 설날에 선박 위에서 명절 음식을 먹는 경험은 육지와는 다른 감회가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동료 선원들과 함께하는 명절 식사가 나름의 위안이 됐습니다.

기항지에서 현지 음식을 먹는 경험도 선상 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호주 항구에서 먹은 스테이크, 인도네시아 항구에서 먹은 현지 음식이 기억에 남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먹는 현지 음식이 그 나라에 대한 기억을 생생하게 만들어줍니다.

 

벌크선 식생활 정리

항목  내용  특이사항
식사 횟수 하루 3회 당직자 교대 식사
식단 한식 위주 외국 선원 혼합 시 다양
식재료 보급 기항 시 대량 보급 장거리 항해 말미 신선 채소 부족
황천 중 식사 미끄럼 방지 매트 사용 식욕 저하 선원 발생
특별 식사 명절, 생일 특별 메뉴 선내 분위기 향상

 

마무리

벌크선 식생활은 걱정보다 잘 갖춰진 환경이었지만 장기 항해 말미에 신선 식재료가 부족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황천 중에도 식사를 준비하는 조리사의 노고와 식사 시간에 나누는 선원들의 대화가 선상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었습니다. 바다 위에서 먹는 한 끼 식사가 육지에서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승선 경험을 통해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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